▲ 시인/수필가 김병연

학교폭력이 빈발하여 각종 대책이 시행되고 있으나 학생의 인권 강화와 함께 체벌이 금지되면서 학생들이 교사를 성희롱하고 폭행하는 경우까지 자주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학교폭력 예방이 제대로 이루어질지는 의문이다. 심지어 학부모들이 학교에 가서 교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구타하는 사례도 있다. 경기도의 어느 고등학교에서는 만취한 고등학생들이 난동을 부려도 속수무책이었다.

이와 같은 결과가 초래되고 있는 배경으로 여러 가지 이유를 찾아볼 수 있으나 무엇보다도 교사에 대한 존경심이 약화된 것을 들 수 있다. 간단한 체벌이나 훈계에도 학생들의 반발이 심하고 오히려 교사를 조롱하는 태도를 보여도 마땅한 제재 수단이 없다. 일부 교사들이 자제력이나 판단력 부족으로 문제를 일으키는 경우도 있지만, 많은 경우 학생과 학부모의 책임이 더 크다.

학생의 권리만 강조한 결과, 교사들의 통제력이 약화된 것을 학생들이 간파하여 지시를 무시하기 때문이다. 학부모도 자녀를 과보호하고 자기 자녀의 장래에만 관심을 집중하여 교사에게 지나친 기대를 하다가 실망하게 되면 쉽게 비난한다. 새벽부터 밤까지 공부하는 자녀도 측은하겠지만 그들을 지도하는 교사도 마찬가지 처지라는 것을 생각하지 못하는 것이다.

더구나 교사에 대한 불만을 제대로 확인도하지 않고 자녀의 얘기만 들은 후 학교에 찾아가 교사에게 거칠게 항의하거나 학생들 앞에서 폭력을 행사하는 생각 없는 부모도 있다. 자녀의 면전에서 교사를 무시하면 교사의 권위가 실추되어 교육의 효과가 현저하게 감소되고 자녀도 교사를 무시하게 된다는 것을 꼭 염두에 둬야 한다.

과거에는 교사의 학력이 학부모보다 나은 경우가 많았으나 지금은 교사보다 학력이나 지위가 높은 학부모가 많아서 은연중 교사를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이러한 태도가 자녀에게도 교사를 존경하지 않는 마음을 유도하게 된다.

문제 학생의 뒤에는 문제 부모가 있게 마련이다. 매스컴에 보도되는 학교폭력 가해학생 부모들의 몰지각한 언행이 이를 잘 입증하고 있다. 가정보다 학교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다는 것을 감안하면 학생들에게 교사는 부모나 다름없는 존재이다. 교사를 부모로 여긴다면 어떻게 학부모가 학교에 가서 행패를 부릴 수 있는가. 부모가 자녀를 혼낸다고 자녀가 부모에게 대들거나 행패를 부릴 수 있는가. 학교의 잘못이 있다면 합리적인 방법으로 항의와 시정을 요구해야 할 것이다.

근래에 젊은 사람들의 지각없고 패륜적인 행위가 종종 나타나는 것도 일부 부모들의 이와 같은 잘못된 언행의 영향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자녀는 부모를 닮게 마련이다. 그래서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고 하지 않는가.

부모는 자신의 자녀에게만 집중하지만, 교사는 그와 같은 자녀 20여명을 관리하다 보니 부모처럼 전념하는 것이 무리이기 때문에 부모의 기대에 미흡해도 이해해야 한다. 부모는 교사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는 자세가 필요하다.

학교의 공식적인 수업 참관일에 수업 활동만을 보고 판단한다면 현장의 실정을 오판할 수 있다. 외부 사람들이 많이 참관하는 수업에서는 학생들도 긴장하여 평소와는 다른 모습을 보이기 때문이다. 누가 자신을 관찰하고 있다면 행동이 자연스러울 수 있겠는가.

교권 확립은 법률이나 조례 등의 규정을 제정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이 자녀를 지도하고 있는 교사를 존경해야 가능하다. 물론 교사도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사명감을 갖고 모범을 보이며 학생들을 지도하는 데 더욱 열성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자식 앞에서 교사에게 폭언을 하거나 폭력을 행사하고, 자식에게 학교에서 선생님 말씀 잘 듣고 공부 잘하라고 한다면, 그 자식은 도대체 어느 장단에 춤을 춰야 하는가.

(시인/수필가 김병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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